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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송이의여행 (2011)


책을 읽고 세상을 이해하기 전에 종이를 접으며 세상을 이해하던 시절이 있었다. 같은 종이에서 여러 가지 사물이 태어나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었다. 세밀한 손놀림과 눈으로 헤아린 짐작이 가장 연약한 재료 안에서 만나 복잡한 설명에 따라 접히고 난 뒤 마지막으로 사물의 모습을 드러낼 때 내 몸과 생각은 조화롭게 화해했다. 종이 접기 놀이는 단 하나의 세계에서 무수히 많은 세계가 태어나는 깊은 비밀을 보여 주었다. 주어진 도안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접기에 도전하는 아이라면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다. 머리와 날개는 어떻게 구분하고, 선체와 돛은 어떻게 구분할까? 아이들은 종이 접기의 핵심이 접히는 부분에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접기가 끊임없이 두 부분을 만들어 내고, 접힌 지점과 정도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마음속에 인상적인 여진들이 남는, 책을 읽고 사물을 바라보는 것은 무한히 많은 주름을 생산하는 일이다. 글을 읽는 순간 우리는 단어 또는 생각을 나누면서 동시에 그것을 연결한다. 종이와 잉크의 접점, 사물과 사유의 접점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이미지의 안개 속에서 그와 같은 나눔과 연결을 끊임없이 계속한다.한 줌의 종이는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주름을 만든다. 그 주름이 타인이 잃어버린 인상의 조각일 확률은 극히 작지만 그 확률에 자신을 걸고 불가능성에 자신을 건다.

Traveller Novice (2011)

There was a time, before I started reading books, when I tried to understand the world by folding paper. It was mysterious how I could make so many different things with a piece of paper. When the fragile material came into a meticulous hand and submitted to its manipulation in accordance with the visual estimation of the eye, and finally, when the object materialized, my body and mind were reconciled. The game of folding paper revealed a deep secret: a multitudinous world born from one single thing.

If you are a child who is not satisfied by the instructions given and want to challenge yourself, then you are going to puzzle over it endlessly—how to distinguish the head and the wings, the hull and the sail. Children know the most crucial part of origami is in folding. By folding, endless variations of two different sections can be created, and, depending on where the paper is folded and how much, you will get a different look.

Similarly, with reading books and observing things around us that leave an after-effect in our heart; these are also acts of creating countless creases. When we are reading, we divide up words, if not thoughts, and connect them at the same time. We carry on this act endlessly in the image’s grey realm that emerges at the juncture where thing and thought, paper and ink come together.

The crease of the paper is to proclaim its existence. The chance of it being a fragment of another person’s lost impression is only minimal, but I wish to bet on that improbability, if not impossibility.


애송이의 여행, 90x90cm, Pigment print,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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