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2019) 

그 개와 처음 만난 건 열한 살이 시작되던 초여름이었다.

 

동네에는 밤나무 숲이 있는 작은 동산이 있었다. 이곳은 늘 온갖 쓰레기와 공사장의 버려진 스티로폼이 즐비한 곳이었다. 땅거미가 내려앉으면, 동네 주민들이 쓰레기와 먹다 남은 음식을 그곳에 버렸다. 그러다가 밤이 깊어지면 쿵쾅거리며 나타난 쓰레기 차가 쓰레기를 치운 뒤 곧 떠났다. 나는 그곳을 아무 목적 없이 어슬렁 거리기를 좋아했다.

 

어느날 마른 개 한 마리가 산을 가로질러 내려와 쓰레기장 근처를 서성거렸다.  여러 피가 섞여 정확히 어떤 종이라 말하기 어려운 작고 흰 개였다. 개는 네발로 꼿꼿이 선체 날 뚫어져라 응시했다. 살짝 경계하는 눈치나 힘이 없었다. 흰 개는 나의 주위를 빙그르르 돌며 몸냄새를 맡았다. 그러곤 뭔가 결심한 듯 나의 손바닥에 코를 대고 킁킁대다 혀를 내밀어 핥았다. 나는 녀석에게 콩나물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콩나물은 쓰레기장 근처의 나무 아래에 살고 있었다. 그곳에는 움푹 파인 흙구덩이가 있었고 구덩이의 입구는 밤나무 잎으로 덮여 있었다. 건조한 흙 구덩이 속에는 어린 강아지 두 마리가 숨어있었다. 나는 매일 그곳을 들려 개들을 살폈다. 가끔 녀석들이 자리에 없어 당황하긴 했지만, 흙 구덩이 속에 먹을것들을 남겨 두었다.

 

여름이 끝나 가던 9월 비가 내렸다. 형은 태풍이 오고 있다고 했다. 꽉 찬 달이 검고 뭉클뭉클한 구름장 속으로 멈칫 몸을 감췄다가 드러내길 반복하며 밤새 비가 내렸다. 나는 그날 밤, 흙 구덩이 속에 있던 콩나물과 새끼들이 버려진 하얀 스티로폼을 타고 쓰레기장을 탈출하는 꿈을 꾸었다.

 

 이른 아침 해가 떠오르고 날이 개었다. 나는 쓰레기장으로 뛰어갔다. 머리 위로 겹겹이 걸린 파란 밤나무 잎은 여전히 아름다움과 정적에 싸인 채 소리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곳에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콩나물이 살던 흙 구덩이 속으로 손을 집에 넣었다. 순간 물컹하고, 차갑고 뜨뜻 미지근하고, 간지럽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나를 훑고 지나갔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나는 내 손바닥을 가만히 내려봤다. 손에 엷은 물자국이 남아 있었다. 동시에 나의 내면에도 묘한 자국이 생겼는데 나는 그게 뭔지 몰랐다.